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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광식이 동생 광태가 그립다....

조조영화로 9시 15분에 시작하는 '아저씨'를 보고 난후  오전 11시 55분  저는 같은 극장 한층위의 상영관에서 저를 포함한 4명의 관객과 함께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을 관람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두시간 남짓한 시간이 흐른뒤....제 입에선....5년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이하 광동광)가 그립다는 말이 나즈막히 뇌까려졌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쓰기위해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던중 같은 감독의 바로 전 영화가 바로 임창정 주연의 '스카우트'였다라는걸 알게되었고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에게 '스카우트'는 썩 좋은 기억으로 남는 영화는 아니였었지요. 그리고 인터넷 포털 뉴스를 보던중..'시라노'가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추석극장가 흥행1위를 한다는 기사를 보게됐습니다. 이 일련의 일들을 엮다보니 '괴리감'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스치더군요.

첫번째 이유로는
제가 오전에 본 '시라노'라는 영화는 왠지 모를 아쉬움과 허술함이 많았던 영화라는 느낌이 가득했는데 극장가에선 좋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는데서오는 괴리감이였고...(영화보는 저의 감각이 대중들의 그것과 점점 멀어지는걸까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감각이 죽은듯해서 오는 불안감도 살짝들고요)

두번째 이유로는
서너번 반복해서 보게만들만큼 사랑스럽고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살아숨쉬었던 '광동광'을 만든 감독의 차기작('스카우트),차차기작('시라노')이라고는 상상이 되지않는, 전작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갖추지 못한 작품이라 거기서 느껴지는 괴리감과 안타까움이였습니다.

세번째 이유로는
'시라노'를 보기전 상대적으로 너무 강한  영화 '아저씨'를 보고 난후라 마치 맛있고 포만감있는 정찬이후...그에 걸맞지 못한 후식을 먹은듯한데서 오는 괴리감이였습니다.

영화 스토리와 출연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밝혀지기에 굳이 제가 다시 이자리에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아쉬운점들만 밝히도록 하지요.

타이틀롤인 이민정이 맡았던 속을 알수없는 타겟녀 '희중'은 '광동광'의 조연급인 경재(김아중)에 비하여서도 캐릭터로서의 생동감이 떨어지는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예술제본이라는 자신의 일이 분명히 존재하면서 극에서도 중요한 장치가 되어주는 비디오소개책자 제본을 광태에게 건네주던 매력적인 경재에 비해 희중은 그 속도 알수없지만 그녀의 직업도 명확하지 않은, 예전 사랑에 상처받은 어느 교회 목사의 조카로서만 존재하는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버린 캐릭터가 되어버린듯 합니다.

물론 직업이 있다 없다라는 것으로 캐릭터의 입체성이 다 나타나지는것은 아니지만 파리로 유학다녀온
그녀가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 여자였는지 확실하게 각인시키는것도 그녀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더해주는 좋은 요소가 아니였을까하는 아쉬움은 지워지질 않더군요.(영화상에서 그녀의 직업이 무엇인지 표현해줬는데 제가 기억을 못했던것이라면 그건 제 실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고 칭찬한 극초반 현곤(송새벽)의 에피소드가 짧지만 차라리 강렬하고 조밀한 인상이였고 그 뒤의  주인공들이 펼친 스토리들은 왠지 만들어지다 만듯한 미완성의 공백들이 많이 보이는듯해서 보는내내 심심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시라노'의 심재명 제작자는 "이제 관객들은 피 튀기는 스릴러에 지칠 때다. TV 드라마와도 경쟁해야되는 로맨틱 코미디가 극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지만 잘 만든 영화는 꼭 성공한다" 라고 (http://news.nate.com/view/20100921n01540) 인터뷰했습니다. 분명 로맨틱코미디 영화는 비슷한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경쟁해야하는 위치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보통 16부를 넘기는 TV드라마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극의 치밀함과 촘촘함을 보여줘야하고 동시에 거기에 녹아들수있는 응축되고 정제된 개성강한 캐릭터들끼리 스크린안에서 부딪히며 관객들에게 가슴따뜻한 사랑스러움을 안겨줘야 승산이 있을거라고봐요. 그러기엔 '시라노'의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에 대한 연구와 뒷마무리는 많은 부분이 아쉽고 부족해보입니다.

감독의 전영화 '광동광'이나 '로맨틱 홀리데이'(카메론 디아즈,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 잭 블랙 주연)같은 영화의 복습을 권해봅니다. 특히 로맨틱 홀리데이에서의 각각의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의 직업들이 어떻게 주인공들을 더 부각시키고 사랑스러움을 더해주는지에 대해서 조금더 유심히 보셨으면 좋을듯 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가 나왔나 기대가 커서 그런걸까요? 그 기대에 못미치는듯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이 아쉬움이 차라리 저만 느끼는것이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제 영화보는 안목과 대중들의 안목이 일치하지 않았으면 하기도 싶습니다.

추석극장흥행가에서 재미있다는 입소문으로 1위를 이끌어내고 있는 '시라노'라면 적어도 연휴가 끝난후에라도 2~300만쯤은  돌파할수 있으리라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