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쇼는 1회 장동건편을 제외하고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 대충 누가 누가 출연하는지 인터넷을 통해 파악은 했지만 1회때 어색한 진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그 뒤에 누가 나오느냐에 상관없이 보기가 참 힘들었다.
그냥 '소녀시대'가 나오기에 눈여겨 봤을 뿐이다. 아직까지 박중훈 특유의 약간 버벅되는 진행은 귀에 거슬리긴 했지만 1회보다는 흐름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다. 출연하는 게스트에 대한 사전조사와
지식습득에 공을 들이고 있는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박중훈이 소녀시대를 대하는건 시험 전날 급히
외운 수학공식을 대입해서 문제를 푸는것처럼 더디고 어려워 보인다. 박중훈은 진지한 부분에선 분명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진행자이긴 하지만 물 흐르는듯한 유려함과 유머는 아직 부족한 듯 싶다.
이문세가 메인,김제동이 보조 엠씨 정도 맡는 토크쇼가 나온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텐데......
그리고 직접적인 비교대상으로 삼기는 힘들지만 '라디오 스타'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라디오스타' 에선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 소녀들의 눈물섞인 답변이 이어지면서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는 느낌보다는 간만 살짝 보고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강했다. 차라리 그때 더 확실하고 자세하게 루머에 관한 정황을 잘 짚어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팬들의 입장에선 소녀들이 눈물을 흘리면 속이 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눈물도 어정쩡하게 보여주는것보다 차라리 보여줄때는 확실하게 그 실체(?)를 보여주는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소녀시대의 입장을 더 이해해 줄 수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박중훈 쇼'에선 진행자인 박중훈은 멤버간의 질투심이나 노래실력과 인기중에 뭘 취하겠느냐? 는 질문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그에 대한 소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박중훈에게 개진했다. 눈물같은 건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질문의 내용이 외부(루머)문제가 아닌 자신들에 관한 것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중훈쇼'에선 멤버들 내부간의 질투심, 인기나 음악에 관련해서 멤버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알아보는 질문을 던졌던 반면에 '라디오스타'에선 이러저러한 '루머'에 관한 질문을 던졌었다.
적어도 '소녀시대'는 안으로부터의 문제발생을 멤버들간의 팀웍으로 애초에 잘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그리고 개개인의 음악이나 인기에 관한 주관도 비교적 어린나이지만 뚜렷한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이런저런 루머에 관해선 역시나 속이 상하고 답답해 했던것 같다.그건 갓스물을 넘긴 자신들이 컨트롤 하기에는 너무 악의적이고 너무 힘이 쎈 탓일게다.
개인적으론 소녀시대에겐 MC와 치고 받는 이런류의 진지한 토크쇼도 이 시점에서 필요했으리라 본다. 요새들어서 '수영'이의 약진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특유의 방송감각과 언변으로 '소녀시대'의 대변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민감한 질문들에서도 물러서는 법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편이다. 정색하는 느낌이 약간 과하다는 느낌이 살짝 살짝 묻어나기도 한다. 엷은 미소를 띄우며 울분(?)을 살짝 누르고 조곤조곤 답해보는 연습을 해보는건 어떨런지?
걸 그룹도 마냥 이쁘장하고 생각없는 인형에서 주관있고,거기다 고집도 부릴때는 부릴줄 아는 사람으로 탈피하고 있는 중인것이다.
보통, 사람들 생각이란건 이성과 감성으로 나뉜다........
박중훈 쇼 특유의 이성적이고 진지한, 라디오스타의 가볍지만 감성적인, 이 둘을 한꺼번에 자극할수 있는 그런 토크쇼가 소녀시대와 우리에겐 필요한게 아닐까??
ps)삼촌팬으로서 오늘 '박중훈 쇼'에 나왔던 삼촌팬들의 적극적인 얼굴 알리기는 무척 신선하고 고맙다는 느낌을 받았다.4년전부터 한 여배우에 대한 팬질을 시작한 나로서도 그렇게 공개적으로 얼굴 알리기는 쉽지 않은 터인데 팬질에 대한 당위성을 당당하게 설파하던 그들의 모습에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며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것 처럼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