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나무 銀-사시나무 학명 : Populus tomentiglandulosa
[식물] 버드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자연 잡종으로, 잎은 수원사시나무와 같으나 뒷면이 은백양처럼 흰 털로 덮여 있다. 4월에 꽃이 피고 5월에 열매가 맺는다.
작년에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한 드라마는 단 두편 '엄마가 뿔났다'와 '그들이 사는 세상' 이다.소위 막장 드라마는 짜증나서 도저히 못보고 사극 역시 허준 이후로는 재미를 붙힌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먹는거,옷입는거 이런저런것들에 대해선 기호라는거 자체가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영화,드라마 보는 눈만 까탈스럽다.
김수현 드라마는 지금까지 내가 보기에 '대가족 소동극' 아니면 '불륜,복수극' 두가지 정도로 나뉜다.
후자의 드라마는 천하의 누가 쓴다고 해도 볼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100% 패스다.
그렇지만 김수현 작가가 '대가족 소동극'을 집필한다고 하면 볼 확률 100%다. 돈 터치 리모컨이다.
볼것없는 월,화 밤시간대 TV채널을 이리저리로 재핑하다가 우연히 SBS에서 이순재가 홀로 외로이 걸레질하는모습에 순간 꽂혔다...'어?? 이거 뭐지....SBS가 월화드라마 뭐하고있었지?? 새 드라만가?" 하고 있는데...그 뒤로 나오는 배우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았다.양희경,임채무,한진희,박정수,조민수,유동근,이덕화,견미리 등 연기력이라면 어디서도 밀리지 않을 중견배우들의 향연이였다.
(SBS드라마 홈페이지 발췌)
그리고 견미리가 담배를 꺼내 들었을때...."어 저거봐라.....드라마에서 담배를 무네?? 어어~~불 붙힌다.....연기까지??"양희경의 핸드폰이 너무크고 투박했다.조민수의 핸드폰도 촌스러 뵌다.그렇다 이건 예전에 만들었던 드라마였던거다. 제목이"은사시나무" 라고 화면에 보였다. 기억을 더듬어본다.기억에 없다. 1회가 끝나고 바로 2부를 한다는 예고자막이 떴다.
잠시 갈등을 했다. '놀러와'를 보고 리뷰 써볼려고 했는데....김수현 작품에 대가족이 나와?? 이런 설정에 이미 다른곳으로 채널 돌릴 생각은 거의 사라졌다...그래 그냥 보는거지...뭐....그사이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무려 9년전 작품이였다..오래도 됐다...9년전 작품이고 나오는 핸드폰도 옛날거지만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 사는 이야기다. 그건 바뀐게 없다. 은행지점장에서 명퇴로 잘린 큰 아들 부부(한진희,박정수)의 갈등,그 밑에 큰 누나(양희경)는 도박 중독자였던 남편(임채무)과 재결합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1년에 서너차례 분에 못이겨 아내(견미리)를 구타하는 못된 습관이 있는 둘째 아들(이덕화),가족을 외국에 보내놓고 혼자서 생활하는 초창기 기러기 아빠생활을 하는 세째(유동근),그리고 유부남 의사와 불륜의 관계에 있는 방송국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막내딸(조민수),거기에 결혼 상대자로 어머니와 갈등중인 큰 아들 부부의 아들(남성진)과 그의 연인 초희......
그리고 이 모두의 아버지이며 할아버지인 부인과 사별한 아버지(이순재)...............이들은 어머니의 제사로 인해 아버지 집으로 모인다.....
제사때나 명절때 형제,자매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얼굴 붉히며 싸울때가 종종 있다. 말로만 형제이지 가치관도 삶의 목표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는 형편도 모두 고루고루 평범하게 살면 좋을텐데 누군 기울고 누군 넘친다. 주로 갈등은 이부분에서 생기기 마련인데 드라마 '은사시나무'에서 역시 대부분의 인물간 갈등은 경제 형편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형제,자매,남편,아내이지만 모든 걸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 힘든게 현실의 삶이다. 말이라도 살갑게 하면 그나마 갈등이 크지 않을텐데 형제끼리 한마디 한마디가 내 폐부를 찌르는것처럼 아프다.남이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내 핏줄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니 맘이 아프고 화가 나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그렇게 갈등은 커졌다,작아졌다 하면서 드라마는 리드미컬하게 넘어간다.
예전에 봤던 일본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중에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비록 쇠락해 가는 라디오 드라마 라지만 라디오 드라마 제작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방송국 간부가 라디오 드라마가 사람의 상상력을 대사 한마디로써 한없이 극대화 할 수있다는 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레이터가 이렇게 말하는거야 '여기는 광활한 우주~~' 그러면 아무런 효과나 CG없이 청취자들 앞에 우주가 펼쳐지는거지"(자세한 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늬앙스였던건 틀림없다.).....
그렇다....김수현 표 드라마는 대사로써 극중의 저 인물이 처한 상항 묘사와 심리를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상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그 대사로써 거의 대부분을 말하고 표현하고 보여주기 때문에 대사의 한마디 쉼표 하나까지 꼬장꼬장하게 챙기는것이겠지.....말의 위대함을 잘 알기에......
요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대사를 너무 날림으로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에덴의 어딘가를 몇번 보다가....형제들끼리 이름만 계속 외치는것을 보다가 짜증나서 채널을 마구마구 돌렸던 기억도 있다...의미없이 반복되는 형제 이름 외치기가...."내가 정말 너한테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 하는 유일한 방법인것처럼.....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의미없이 반복되는 대사에 전파를 낭비해서는 안될것이다.극중 상황에 딱떨어지는 새로운 어투와 맛깔나는 단어가 아무리 찾아봐도 이것밖에 없을거다 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고민을 깊숙히 해야 하는데 그런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상황과 그림만으로 드라마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주고 받는 생동감있는 대사가 그 드라마의 개연성과 시청자들의 공감 모두를 이끌어낼수 있는 힘이 되어진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화면의 구도마저 김수현의 영향력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정적이다.그래서 좀 심심하긴 하다..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말의 향연이 펼쳐지니 심심할 틈이 없다...
아마 이런저런 방송국의 편성 전쟁때문에 끼워맞추는 드라마인것 같기는 하지만 꽃보다 좋은 남자가 에덴의 동쪽으로 사라지는 얘기들보다 나한테는 10배는 더 소중하고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것 같다.
그런데 왜 제목이 은사시나무일까?? 오늘 그 해답이 나올까??
오늘 방영되는 3부도 기대해 본다.
사족: 역시나 검색해봤더니37회 백상예술대상 극본상을 수상한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