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바보-구동백과 한지수에게 소인을 찍는다 라는건??

미손 2009. 6. 18. 14:32
머리가 복잡할때 구동백이 한지수에게 알려준대로 10초정도 아무생각 하지 않으면 정말 머리가 맑아질까?  머리가 복잡할때 '생각을 멈추는 행위'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계속이어지는 상념에 머리는 단 1초도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때 머리가 상념에 빠져있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몸을 움직이는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이라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단순한 반복에 뇌는 그 행동에 집중하게 되고 복잡하고 머리아픈 일들은 잠시 딴나라로 날아가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동백이 한지수에게 가르쳐줬던 우체국 소인 찍기는 복잡하고 가슴아픈 일들로 힘들어하던 한지수에게 좋은 효과를 보였다. 연인이던 김강모가 자신을 속이고 자꾸 멀어져만 가는 일에 가슴아파하던 한지수도 10초에 소인을 몇개 찍을수 있을까? 골몰하다보니 어느샌가 머리가 맑아졌다.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에선 한지수가 두번, 구동백이 두번 소인찍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동백이 맨 처음 소인찍는 모습을 보였던 1회에선 실속없이 사람 좋은 구동백이 분류실 직원의 일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심성을 나타내는 장치로 보여진다.

한지수가 맨처음 소인을 찍었을때는 김강모가 자신을 속이고 예비장인,약혼녀등과 가족여행을 떠난것에 마음을 상했을 때였고 두번째는 김강모 약혼녀인 최수연으로부터 그들의 결혼소식을 듣고난 후였다. 그리고 구동백의 두번째 소인찍기는 김강모와 박경애의 악랄한 방해로 그들의 가짜결혼이 폭로되어지는 위기의 순간 마음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연출되어지며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소인이 찍힌 우편물은 그 우체국을 기점으로 어디론가 떠나가게 된다. 그 둘이 소인을 찍을때는 항상 어떤 감정들을 떠나보냈다. 그들은 연인에 대한 아쉬움을 떠나보냈고 혹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인을 지키기위해 연인이 떠나길 바라면서 우체국 소인을 찍은것이다.

한마디로 우체국 분류실은 슬픔의 감정이 다른 형태로 변형되는 장소라고 할수 있다. 구동백의 두번째 소인찍기는 연인 한지수가 자신을 떠나야만 다치지 않는다는걸 확실하게 이성적으로 정리함을 은유적으로 보여줬다.

                       (출처 KBS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물론 구동백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 한지수는 그런 연인을 떠나려 하지 않지만 아마도 그를 떠난후에 자신도 모든걸 희생하고 구동백에게로 돌아오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전에 올렸던 포스팅에서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그바보'는 작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작은 행위들에까지 작지만 보석같이 빛나는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명품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런 드라마가 떠나려 한다니 많이 섭섭하고 가슴이 아려온다.

나도 어디가서 소인이나 찍었음 좋겠단 생각이 드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