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우결

우리 결혼했어요 -- 표현 방식의 리얼리티를 조금더 살리는걸 어떨까?

미손 2009. 3. 7. 10:38
<<이사 하고 있습니다2009.02.14 20:37 에 다음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

몇해전 부터 형식상의 제약이 덜한 케이블방송에서 유행하던 리얼리티 형식의 방송형식이 공중파에 본격적으로 도입된것이 아마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이 아닌가 싶다. 가상의 부부들이 가상의 현실에 던져졌을때 개성강한 그들이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상황과 반응에 대해서 출연자가 직접  상황 사이사이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출연자들이 모든것을 A~Z까지 해결해야 하고 제작진의 간섭이 최소화되는 미국형식의 서바이벌류가 아닌 한국의 공중파에 걸맞는 수위가 지켜지는 半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할수 있을것이다. 제작진이 준비한 거주지에,제작진이 준비한 미션 등을 통해 공간이나 형식에 제한을 가지는 연애육성 시뮬레이션의 실사판이라고나 할까?

제작진 역시 모든 아이디어를 독단적으로 생각하고 행하는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하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홈페이지
(사연공모: http://imbc.com/broad/tv/ent/sundaynight/married/s1/ 
미션아이디어 : http://www.imbc.com/broad/tv/ent/sundaynight/married/s2/index.html)  
를 통해서 유도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시청자 의견이 반영되어지는것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내용 부분에 관한 얘기는 차후에 하기로 하고 내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형식에 관한 부분이다.일단 출연진들에게 붙어 있는 카메라 감독들이 카메라에 비춰지는것을 극도로 조심하는것이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태연'과 '정형돈'이 산천어를 구워먹는 장면에서 '태연'의 뒤에서 정형돈을 잡으려는 카메라감독이 카메라를 황급히 피하려는 모습은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요소인것 같다.

모든것이 정제되고 통제하에서 출연진들이 찍혀지는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이미 리얼리티 쇼라기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나 시트콤으로 느껴지게 할것이다. 피사체를 찍으려면 각도상 상대방을 찍고 있는 스태프가 찍힐수 있다는걸 보여주는것도 리얼리티를 살리는하나의 형식이 될수 있지 않을까? 화면상에 연출진의 등장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것이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다.

그리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이윤지'가 '강인'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미 강의실 안에선 수업받는 '이윤지'의 모습이 바로옆에서 촬영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렇다면 '이윤지'나 옆의 학우들의 놀람은 이미 리얼한 '놀람'이라기보다는 또다른 연예인의 등장에 대한 작은 놀람이 아니였을까? 만약에 제작진이 강의실 안 사람들에게 수업끝날때 쯤 '강인'의 방문을 미리 얘기를 했다면 그 놀람의 농도는 더 약해졌을 것이지만 그정도까지 사전에 입맞춤을 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윤지' 옆에 카메라감독이 붙어 있음으로써 '이윤지' 자신이나 수업받는 학생들은 이미 언젠가는 '강인'이 등장하리라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반응을 가다듬었으리라는 예상이 되어진다. '이윤지'자신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인'이 나타날때의 '이윤지'의 반응을 보여주는것 이것이 진정한 깜짝등장이고 리얼리티를 살리는 형식이 아닐까? 강의실 뒷문으로 들어가는 '강인'의 뒷모습과 강의실 앞문으로부터 '이윤지'의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감독들이 동시에 난입(?) 했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그림과 반응을 보여줄수 있지 않았을까?

카메라가 미리 등장인물들의 진행방향 안에서 출연진들을 촬영했다는건 리얼리티를 떨어뜨릴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고 본다.. '이윤지'와 '강인'이 주민센터의 다용도실에 들어갈때도 이미 카메라감독은 다용도실 안에서 떡수레를 밀고들어오는 '도토리묵 커플'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어차피 거기서 수업을 받는 분들에겐 사전의 양해를 받았겠지만 그들의 출현에 대한 연출을 조금만 더 리얼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일반인들도 예전과 같이 카메라의 등장을 극도로 피하거나 무서워하지는 않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연출진들도 그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의 뒤를 조심히 따라가면서 촬영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출현후에  댄스수업받던 어머님들의 반응과 리액션은 나무랄데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보기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앞에 지적한 카메라위치때문에 리얼함이 떨어트리는 부분이 생기진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이번 이른바 <우결> 3기 부터는 형식의 새로움이 조금씩 보여주는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단적인 예로 예전 '쌍추부부'나 '개미커플'이 통제된 워터파크에서 넷만의 공놀이를 하는 장면을 떠올린다면 이번 3기 출연진들의 행동반경은 그들때 보다는 훨씬 넓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물론 예전에도 군중속에서의 촬영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이윤지','강인'커플이 일반 시민들 앞에서 가상 결혼식을 올리고 서명을 받으러 다녔고 '태연','정형돈' 커플이 사람많은 산천어 축제에 얼음낚시와 맨손잡기를 했던것 만큼 사람들속에 섞여있었던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통제가 전혀 없었다는건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개방적이고 제약이 덜한 자유로운 모습을 많이 보이는것 같아서 반가웠다. 아직까지 연예인들의 출현에 완벽하게 쿨할수 없는 우리들 보통사람들이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냉정(?)해진 모습들을 보여주는듯 하니까 사전에 자연스러운 통제와 양해를 구한다면 <우결> 3기들의 행동들은 더욱 자연스럽고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제작현장이 얼마나 통제하기 힘들고 제한된 시간에 재미있는 촬영분량을 뽑아내느냐 못하느냐에 피를 말릴 제작진들에게 이런저런 의견을  주문하는거 자체가 좀 미안하긴 하지만  아주 작은 도움이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프로슈머입장에서 글을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