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우결

우리 결혼했어요 - 半리얼한 상황,제작진도 출연진도 완벽한 컨트롤은 힘들다.

미손 2009. 3. 22. 01:57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방영된지 1년정도 되가는것 같다. 케이블에서나 방영되던
리얼리티쇼 방식을 공중파에 거의 최초로 도입한것이 우결이었다.
알신커플,개미커플,쌍추커플,앤솔커플,마담커플,개똥이네까지 우결이 배출하거나 재발견되어진
스타들이 줄을 이엇다. 시청자들과 열혈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은 우결에 큰 힘이 됐다.

     (조이뉴스 24 기사 참조 화면)

우결은 이들 출연진에겐 기존의 미미했거나 비호감 이미지를 뜯어내고 값비싼 호감이미지를 새로 입혀준 리폼업체였으며 원석을 발견해 보석으로 세공해준 노련한 공방과 다름 없었다

알렉스는 로맨스가이로 전국의 모든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으며 젊은 팬들에게만 인식되어진
크라운J역시 개미라는 별명으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했고,앤디는 자상한 스위트가이로 예비장모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이 찍힌 상태다. 4차원매력을 뽐낸 김현중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무명의 마르코도 인지도 상승으로 인한 인기를 일일연속극 출연으로 연결시켰다.

신애,솔비,황보,손담비,화요비로 이르는 부인네(?)들의 인지도와 호감도도 더불어 상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조여정-이휘재 커플,사오리-정형돈 커플은 중간에 불명예 이혼(?)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조-이 커플은 어떤 문제인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출연분량도 짧았지만 마지막은 그나마 부드럽게 넘긴 반면 사-정 커플은 현격한 성격차이로 이혼했음이 여과 없이 방송되었다.


만약 우결 제작진이 픽션한 상황을 연출하려 했다면 어떻게서든지 저 두커플의 이혼만큼은 말렸겠
지만 제작진도 출연진 각각의 이성관에 대한 파악을 미미하게 한점과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책을 이별이라는 이벤트로 책임 졌다고 보여진다.

지금까지 최고이별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던건 역시 알신커플이 아니였나 싶다. 자신들을 아껴줬던 시청자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우결'에서의 알렉스와 신애라는 캐릭터를 현실세계의 알렉스와 신애로 잘 돌려보낸 성공적인 케이스였다.



필자는 연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많은 연기자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지는 직,간접적으로 들은바가 있어서 대충은 짐작을 할수 있다. 캐릭터를 소화해내는것뿐만이 아니라 그 드라마나 영화가 종료가 되어도 한동안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 고생을 심하게 하는 배우들도 많다고 들었다. 일본에선 '하얀거탑'의 배우가 캐릭터에 함몰되어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례도 있고 보면 캐릭터에 몰입하고 빠져나오는 과정이 그리 녹록한 작업이 아니란걸 짐작할수 있다.

그런데 '우결'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른 성격의 역활극이다.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연기의 뼈대가 되는 대본이 있고 연기를 컨트롤 해줄 연출가가 따라붙는다는 점에서 우결과의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결에도 대본과 연출이 있을텐데 무슨 소리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만약 우결이 대본과 연출가에 의해 모든 상황이 제어가 되었다면 굳이 조여정-이휘재,사오리-정형돈 커플이 이별을 맞을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되묻고 싶다.자신의 이성관이나 취향같은 건 잠시 잊고 대본대로 주워진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한 회,한 회마다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데 굳이 그걸 마다할까? 라는 속물같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결은 물론 완벽한 리얼리티 쇼가 아님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미션을 정하고 행선지를 선택하는것 정도는 미리 출연진들과 사전 협의를 한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태연-정형돈 커플이 이외수의 집을 방문한다던가,이윤지-강인 커플이 일본으로 신혼 여행을 간다던가 하는 것들은 미리 어느정도의 사전 세팅이 필요한 로케이션 촬영이라 그런것이 필요하리라는건 누구나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내가 왜 우결을 半리얼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가상결혼이라는 것이 모니터 속에서만 벌어지는 드라마가 아니라 출연진 각각의 실생활이나 연예활동에 어느정도 걸쳐져 있기 때문이다. 가상 장인,장모도 등장하기도 했던적이 있었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배신감이 생기게되면 그에 뒤따른 반발심도 커지는 포인트이기도 한 양날의 검인 것이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적어도 드라마안의 상황과 현실의 상황이 연결되는 접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드라마 자체의 영향을 배우가 직접 받는 일은 거의 없다.(드라마 속에서 캐릭터가 처해있는 환경이나, 등장인물간의 관계가 현실속의 배우에게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것이다. 일례로 아내의 유혹 장서희와 김서형은 사이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실생활에서까지 이 둘이 철천지 원수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우결은 가상배우자의 실제 연예 활동에 또 다른 배우자가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다던가,현장에 직접 나타나서 어떤 이벤트를 펼치기도 하기 때문에 가상과 현실이라는 경계가 묘하게 일그러진다.
우결에서 역할극을 펼치는 '태연','이윤지','정형돈','강인'외 모든 캐릭터와 실제 자연인 '태연','이윤지','정형돈','강인'외 모든 출연진이 우결 촬영중에 계속해서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수밖에  없다.

이들은 혼인신고서가 존재치 않는 부부들이다. 하지만 1,2주에  한번의 촬영에 임하면 이들은 부부가 되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같으면 비교적 연속적인 촬영으로 그나마 감정선을 잘 이어갈수 있으련만 이건 1,2주만에 한번씩 만나서 지난번 촬영의 감정을 따라가야 하니 프로페셔널한 연기자들이라도 감정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일것이다. 물론 스크립터가 세세한 부분까지는 챙긴다해도 말이다.

이외수 집 방문,산천어 축제,일본 신혼여행 등과 같은 로케이션에 관한 부분에 대한 개략적인 부분은 출연진과 제작진에서 미리 협의를 해놓을 수밖에 없을것이다.고정 카메라를 세팅한다든지 하는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촬영중에 이러저러한 미션을 제시하고 그 미션에 맞는 환경안에 캐릭터를 던져 놓고 그 캐릭터들이 그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캐릭터들간의 갈등과 갈등조정은 어떻게 하는지,서로서로에게 호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관찰하는것이 우결의 표현방식이다.



이런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끊임없이 부닥치게 되니 일반 시청자들과 그 출연진들의 팬들사이에선 끊임없는 갈등이 펼쳐진다. '누가 누구에게 정말 마음이 있는지,누가 누구에게 아깝다던지,누구의 태도는 가식적이라던지' 라는 논란이 계속해서 해당프로그램 게시판을 달구게 된다.

지금은 태연과 형돈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가장 '핫(Hot)'하다.

태연이가 정형돈에 대한 태도에 대한 말들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우결 안에서의 태연의 태도와 그 밖의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형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이 팬들의 질책을 받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바대로 예전의 우결 출연진중에 대부분 출연진들은 이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세계에서 가상캐릭터와 현실의 자신을 비교적 잘 추스렸고 시청자들과 팬들의 호응도 비교적 잘 이끌어냈다.



하지만 태연은 그간 우결 출연진중에 연령이 제일 어리기도 하거니와 짐작컨데 연예경험도 거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아마 가상이라곤 해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출연이 아닌 결혼생활을 전국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부담이 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획사나 방송국, 출연진 모두 이런 논란이 일어나리라는건 어느정도 짐작을 했을 것이고 어느정도는 대비를 했을 것이라 보인다.

어쩌면 그 대비라는 것이 우결 외에서의 프로그램이나 미디어와 접촉시 의도적으로 정형돈과의 관계에 대한 표현을 되도록이면 소극적으로 하는것은 아닐까 싶다.

태연과 같은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도 결혼생활을 경험했다. 윤아는 '너는 내 운명'이라는 드라마에 '새벽'으로 분해 결혼생활을 경험했지만 태연과 같은 논란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자연인인 윤아가
결혼을 한것이 아니라 극중 '새벽'의 결혼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윤아와 새벽간의 관계에 대한 혼란감을 느낀 팬들은 전혀 없었다  팬들이 충분히 이 결혼은 모두 수용하고 넘어갈만한 수위(정극 연기)라고 느낀 탓이다.



지금까지의 대부분 우결 출연진들은 그들의 활동 전후에 맞춰서 우결 출연을 결정했다. 우결중에 신곡을 발표한 가수도 있고 우결이 끝나자 마자 드라마에 캐스팅 된 연기자도 있었다. 우결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Win-Win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태연과 정형돈 커플 같은 경우에는 아직 손익계산서(?)가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솔직히 미니앨범으로 컴백한 소녀시대의 홍보활동의 일환으로서 우결을 이용했던건 사실이다.하지만 소녀시대가 대개의 공중파 활동을 접은 지금 부터는 소녀시대와 태연이 우결을 위해서 좀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바뀔것으로 기대해볼수 있다. 지금까지는 소녀시대의 우결이였다면 지금부터는 우결의 소녀시대로 바뀔 시점이 된 것이다.

내가 보기엔 우결의 1,2기 선배들 처럼 가상과 현실사이의 간극을 이리저리 넘나들면서 여타 각종 미디어와 팬들을 요리하기에는 태연인 아직 노련미와 시간이 부족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제작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상+현실=半가상인 세계에선 모든걸 다 완벽하게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로 만들어내는건 힘들것이다. 나름대로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하는 시트콤들과 개그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인 점을 생각해본다면 우결제작진의 고민이 크다고 할수 있겠다.

대개의 많은 사람들은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다.그건 몇천년 전부터 이어져오는 각종 신화나 동화,소설등을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자신의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운명적인 사랑,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존재와의 사랑,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위대한 사랑에 대한 갈망은  크고 깊다.

우결도 그런 사람들의 판타지를 자극해야 성공하는 하나의 '러브스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가상의 외피를 쓰고 있던, 리얼이란 외피를 쓰고 있던 말이다. 지금까지 1,2기 우결 커플은 그런 가려운 점들을 잘 긁어줘서 성공을 했다. 이번 3기는 달달한 설탕같은 점을 약간 빼고 씁쓸한 현실의 맛을 가미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다방커피로 갈것인지
씁쓸하기도 하지만 마시다보면 구수하고 은근 중독되는 원두커피로 이끌것인지....
바리스타가 어떻게 원두를 로스팅 해서 어떤 맛의 커피로 만들것인지.....
필자는 적어도 아직까지 우결을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희망을 접지 않았다.



소녀시대의 태국 공연의 미션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인 신혼 생활에 들어가게될 태연-정형돈 커플의 활약과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이윤지-강인 커플,유독 차안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많이 연출하는 이시영-전진커플,현실적인 향기가 제일 강한 김신영-신성록 커플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