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 (5,6부)--드라마와 캐릭터가 갑자기 얇아진 느낌...
5,6부.........왜 그랬을까?
1~4부까지 잘 이어져오던 이야기가 맥이 풀린듯한건 왜그럴까?
4부까지 잘 셋팅되오던 얘기가 어디서 잘못 풀린것일까?
이야기를 탄탄하고 풍족하게 해주는 인물들이 안보여서 그랬던것 같다.
작가의 전작인 '모래시계' 얘기를 하지 않을수 없다. 그 작품엔 사연 많은 인물들이 얽히고 섥힌다.
태수의 어머니(김영애 분),우석의 아버지(김인문 분),태수의 보스(이희도 분),우석의 처(조민수 분),
검사장(조경환 분),백재희(이정재 분),신문기자 신영진(이승연 분),광주가 고향이었던 태수의 건달 동생,태수의 라이벌 조직 보스 노주명,태수의 친구이자 평생 숙적 종도와 그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주인공 주변에서 각각의 개성을 내뿜으며 자신의 삶과 사연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수 없었다. 그들은 주인공의 주변인물임과 동시에 너무나 중요한 배경과 환경이였다.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실제 있었음직한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작품에 잘 녹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남자이야기'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밀집도가 훨씬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모래시계'의 조연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입체적이란 느낌이라면 '남자이야기'의 조연들은 너무나 평면적인 느낌을 받게한다. 캐릭터가 평면적이니 당연히 그들이 주인공 주변에서 펼쳐보이는 이야기들 역시 밋밋한 느낌을 받게 한다. '모래시계'에서 우석(박상원 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던 아버지와 검사장 같은 인물이 '남자이야기'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면 시대적인 아픔을 제대로 겪고 있는 사람은 주인공 하나 김신 뿐이다. 도재명(이필립 분),박문호(이문식 분)는 각각 아버지와 친구의 복수만을 꿈꾸는 인물들이다. 암울한 시대상과 인생의 목표를 말해주는 '모래시계'와 같은 등장인물들이 없다보니 이 복수극은 너무나도 개인적인 복수극처럼 느껴지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건 아닐까? 혹시 제작비 문제로 능력있는 조연급들을 많이 출연시키지 못했던건 아니였을까? 이야기와 캐릭터가 갑자기 얇아진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유주얼 서스펙트,오션스 일레븐,범죄의 재구성,타짜,그리고 CSI를 대표로 하는 치밀한 구성의 미국 범죄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가짜 중국브로커 역할을 하는 김신 패거리의 사기행각은 너무 허술해 보였고 큰 건설회사의 중역이라고 생각할수 없는 오이사(김뢰하 분)의 어리숙한 행동들도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아니였나 싶다.
왜 안경태와 김신은 위험을 무릎쓰고 채동건설 회장실까지 침입해 CMOS 모드에서 스파이웨어나 백채널(Back Channel)을 설치해야 했을까? 온라인 상으로도 충분히 해킹이 가능할터인데 말이다. 청소용역 복장을 한 직원들이 외부에서 심야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경비를 통과할수 있었을까? 이런 모든 것들이 후에 채도우의 능력과 그 능력을 다시 뛰어넘는 김신 패거리의 치밀한 복수극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작가가 부각시킨것일까?
드라마를 보면서 위와 같은 질문들이 머리에서 계속 스치고 지나갔다.시청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질문들이 뇌리에 맴돌면서 극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건 분명 드라마 흐름 혹은 극본이나 연출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1~4부까지 나름대로 꽤 재미있게 본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요한 때에 고유의 색깔과 치밀함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을 받는다는건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