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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덕만과 미실,김춘추 파격VS구태VS파격

덕만이 안강성의 촌장의 가슴을 칼로 내리치는 순간 그녀는 순간적으로 미실이 되었습니다.
미실의 가르침을 그대로 현실정치에 적용한것이라 할수 있지요. 군령을 어기고 후퇴하던 낭도들중
자신의 목숨을 구한 낭도의 목을 쳐야했던 미실과 덕만은 거의 같은 경험을 한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둘은 다른듯하나 비슷하고 비슷한듯하나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황후에 집착한 미실은
하나의 틀안에 갇힌 고정관념에 몇십년을 살아오다 스스로 왕이 되겠다하는 덕만의 기개에
적지않게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내노라하는 장군들과 화랑들도 그녀의 앞에서 쩔쩔매는 여장부 미실도 스스로 왕이 되겠다
생각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요. 예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뷰 중에 '구시대 정치의 막내'라는
표현이 불현듯 생각이 나더군요. 신라를 좌지우지할만큼의 권력을 지닌 미실 역시 '여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못한 '구시대 정치의 막내' 였던듯 합니다.

하지만

'청출어람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쪽풀인 '미실'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그
쪽풀에서 나온 푸른빛깔의 염료인 '덕만'이 가지려했던 바른권력에 대한 욕심과 이상은 훨씬 낮은수준의 그것이였을거라고 예상됩니다. 출중한 라이벌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듯 권력이라는 것을 갖기위한 '덕만'과 '미실'은 이미 서로를 자극하고 한계를 깨뜨려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어버린듯 합니다.

극초반 '미실'을 절대악처럼 묘사했던 극의 흐름 역시 요즘들어 미실을 노련한 정치가의 모습으로
표현하는것 역시 '덕만'과의 싸움을 단순히 군사력으로 결정짓는것이 아닌 정치력과 지략의 싸움으로
그리고자 하는 작가와 연출가의 의중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지요.(물론 전쟁씬은 돈이 많이 들기도
하니까 적절한 안배도 필요하겠지요.)

더불어 김춘추라는 인물까지 그 권력싸움에 가세하며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국통일의
굳건한 중추세력인 김춘추와 이모인 덕만과의 권력쟁탈전은 어떤 양상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긴장감
을 높여줄까요? 골품제도의 허상과 천박함을 일갈한 김춘추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나이는 어리지만 지금의 김춘추를 보고 있자니 조선의 마지막왕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상가집 개'라고까지 불리며 시정잡배처럼 굴던 그는 권력을 잡는 순간 180도로 돌변한 모습으로 국가의기강을 세우기 위해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어 주위를 놀라게 하지요.그를 만만하게 봤던 세도가들의 표정역시 어제 마지막 장면의 미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라고 보여지네요.(물론 흥선대원군의 정치가 옳다 그르다는건 논외의 문제겠지요.)

도박판에서 주색잡기에 골몰하던 그가 그리는 신라의 모습은 덕만과 미실의 그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요새들어 유일하게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러모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주는 좋은 작품인듯 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포스팅했더니 기분이 묘하네요.

ps1.용짱님 그리고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와주셨던 블로거 여러분들 생업에 바빠 포스팅을 몇달에
한번씩 하는 몹쓸 주인을 용서해주세요.

ps2원래 이 글의 제목은 '덕만과 미실은 상호보완관계이다.' 였지만 또다른 변수인 김춘추의 가세로
인해 제목이 약간 변경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