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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바보-아저씨들의 판타지(공감)와 시티홀-아줌마들의 판타지(사모)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와 시티홀....시청률에선 시티홀이 방영 내내 그바보를 앞섰다.그런데 온라인 상의 열기나 인터넷 신문기사량으론 시티홀이 그바보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보기 어려운듯 하다.

인터넷 상의 열기는 생방송을 중계해주는 특정사이트(아프XX)의 방송횟수와 해당드라마 공식 홈페이지를 비교해보면 쉽게 느낄수 있을것이다.

당시엔 미처 생각지 못해서 화면캡쳐를 하지 않았지만 해당 사이트내에선 그바보를 중계해주는 방과 시티홀을 중계해주는 방의 숫자를 어림짐작 비교해봐도 그바보쪽이 몇개 더 많았고 방송후 녹화방송 해주는 방도 시티홀보다는 그바보의 방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걸까? 아마도 집에서 편안히 드라마를 시청할수 없는 아저씨들(중년 남성들)이 집안의 PC나 PC방을 이용해서 그바보를 시청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던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집안에서의 리모컨 소유자는 남편 보다는 아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남편들은 자연스럽게 아내가 보는 드라마를 같이 보는수밖에 없을것이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상에서 그바보는 남자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꽤 괜찮은 드라마'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자팬들 특히 중년의 팬들이 빠른속도로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예상의 근거는 해당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의 글들을 보면 대충 알수 있다. 생애 처음으로 드라마 게시판에 시청소감을 써본다는 중년의 남성들의 고백이 자주 눈에 띄였고 작성자들의 이름으로 판단컨대 여성보다는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저 바라 보다가 공식 홈페이지
시티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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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보가 16회로 종영된 후 6월 20일 오전 8시경  현재 시티홀의 시청자 게시판 게시물 수는 3,700여개 정도이고 그바보는 14,500여개 정도이다. 거의 5배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다. 드라마 중반부터 양 쪽 게시판을 유심히 관찰해보았지만 양쪽다 소수의 개인이 심한 도배를 행했던 행위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럼 나는 왜 그바보는 아저씨들의 판타지이고 시티홀은 아줌마들의 판타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걸까?

일단 남자 주인공의 외양을 지켜보면 대충의 답이 나올듯 하다. 구동백을 연기한 황정민의 외모는 절대 꽃남스타일은 아니다. 물론 그의 연기력은 가공스럽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디테일하고 높은 집중력을 보이지만 말이다. 반면 차승원의 외모는 그가 모델 출신이였다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도 될만큼 출중하기 이를데 없다.

지금 드라마 안에서 조국으로 분한 차승원의 인터넷상의 별명은 차간지로 통한다. 그만큼 옷맵시나 기타 그의 주변 사물들은 황정민의 구동백보다는 반짝반짝 빛이나고 세련되며 화려하다. 심지어 구동백은 요즘들어 정말 유래를 찾아볼수 없을만한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한' 남자 주인공이기도 했다. 차승원의 늘씬하게 빠진 외제 스포츠카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캐릭터다.

일단 이런  남자 주인공들의 외향적인 -외모와 재력- 차이는 드라마상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가상의 어린 꽃남들과 꽃중년에게 비교되며 치여살던 실제세상의 남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된듯하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자신과 비교해보아도 그렇게 큰 차이점이 없어보이는 구동백이 한국 최고의 여배우인 한지수(김아중)와 어려운 사랑을 나누다 결국엔 결혼하는 이런 판타지를 경험한적이 별로(전차남,그바보와 비슷한 작품은 거의 제작이 되질 않는다.)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통의 한국 남성들이라면 차승원에게 절대로 할수 없었던 감정이입을 구동백의 황정민에겐 거의 100% 이입시킬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로 드라마를 시청하니 황정민의  순수함이 자기것처럼 느껴지고 바나나를 먹여주다 남자의 입술에 묻은것을 자신의 손으로 닦아주고 그걸 자기입으로 가져가는 한지수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했던 것이였다.

반면 시티홀의 조국과 신미래의 러브러브 모드는 보기엔 무척 좋지만 남성들의 관점에서 볼때에는 아무래도 조국(차승원)의 외모로 인해 몰입도가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거의 190cm에 이르는 우월한 기럭지에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잘빠진 몸매에 감정이입할 한국 남성이 몇명이나 됐을까? 아마도 조국이 수영장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나왔던 장면이나 고고해와 BB로 인해 심적갈등을 겪으며 보여줬던 고뇌에 찬 상반신 노출 샤워씬에 눈모양이 하트로 변한 아줌마들이 수없이 많았으리라 예상한다. 반면 남자들의 눈은 질투심으로 빛이 났을 것이다.

그바보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 거의 통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공감을 다수 이끌어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시티홀에겐 꽃보다 남자의 F4와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를 잇는 전형적인 꽃남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기 싫은 아줌마들의 차간지에 대한 사모가 만들어준 시청률 1위라는 의미가 있는듯 하다.  아니라고 하면 할수없고.....

PS. 글제목만 보고  아저씨들도 '시티홀' 좋아한다, 아줌마들도 '그바보' 좋아한다라고 태클 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남성,여성의 시청행태를 무자르듯 할 수 없는 일이고 시청행태는 개인차가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 중계방송에서 보여진 모습들을 보고 '이렇지 않았을까'하고 필자가 상상한 바를 포스팅한 것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