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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90년대보단 훨씬 넓어진 여배우들의 배역 영역

이영애에서 김태희까지, 여배우의 안쓰러운 일생 이란 글에 굉장히 큰 공감을 하고 있음을 먼저 밝히며 글을 풀어갈까 합니다.

20대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나 청순가련,30대엔 결혼 못한 노처녀,40대엔 억척 아줌마 혹은 희생적인 엄마 막장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로 늙어간다고 하셨습니다. 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론 90년대에는 여배우의 역할은 예를 들어주신 20대의 캔디나 청순가련 캐릭터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여배우가 서른살이 넘어가거나 시집을 가게되면 급격하게 그 인기가 쇠락해버려 배역이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이였지요. 그나마 세월과 시대가 바뀌어서 노처녀 역할을 할수 있는 배역들이 2000년대 들어서 늘어가며 조금씩 여배우들의 영역이 넓어진것이라고 봅니다. (그전에는 노처녀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상상할수 없었지요.이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아닐까요?)

말씀하신대로 아직까지 우리나라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넓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독특하고 색다른 배역들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요. 문소리의 오아시스에서의 장애인 역할, 김혜수의 타짜의 정마담이나 좋지 아니한가의 백조 오미경,전도연이 했던 스캔들-남녀상열지사의 숙부인 역,너는 내 운명의 다방 아가씨 전은하 역등 찾아보면 무수한 직업군과 시대상을 반영한 여인들이 스크린속에 등장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드라마안에서는 여배우들이 할만한 역할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영애씨의 지인이라는 분의 "지난 몇년 동안 이영애씨가 주연으로 나올 만한 드라마나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 보라" 라는 대답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꽤나 뜨악한 대답이 될수 있을겁니다.

그건 바꿔 얘기하면 푼수 노처녀나 억척 아줌마로서이미지 변신에 대한 두려움만 있고 팬이나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수 있는 부분이기때문이지요.  배우 본인이 꼭 지니고 싶은 이미지를 고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에 관해서는 절대 비난하거나 비평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할이 없어서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는건 쉽게 이해하거나 수긍할수 없는 일입니다.

연기를 진정 하고자 한다면 그 무대가 연극이면 어떻고, 뮤지컬이라면 어떻습니까.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더 이상 줄어들기 전에 그녀가 어떤식으로든지 대중들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것 아닐까요?

이영애에게 적용된 예는 적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낸 김혜수나 문소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던 얘기들이지요. 김선아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삼순이라는 캐릭터에 함몰되는듯 했고 영화 '걸스카우트'나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의 흥행 실패로 인해서 완전히 그 이미지가 고착화 될뻔 했지만 드라마 '시티홀'로 복귀하면서 삼순이 이미지도 왠만큼 불식시키고 더불어 시청자들의 사랑도 다시 찾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대로 여배우들이 할 만한 배역이 남자배우들에 비해 적은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배우가 꼭 하고자 하는 역할만 하려 한다면 차라리 영화 제작에 나서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전할만한,연기할만한 배역이 하나도 없을만큼 그렇게까지 척박한 환경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몸값을 낮추더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여배우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주신 태희,혜교,지현도 광고만 줄창 찍지는 않았지요. (물론 광고 출연 비중이 크긴 합니다만) 김태희는 현재 '아이리스'를 촬영중이고 송혜교는 영화 '황진이'를 거쳐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었고 영화 '시집'에 출연했었지요. 전지현은 '슈퍼맨이였던 사나이'와 '블러드'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녀들도 마냥 30초짜리 연기만 한것은 아닙니다. 비록 흥행에 부침은 있을지언정 말이지요.

저 역시도 한 여배우를 아끼는 팬의 입장에서 여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는 배역들이 많아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많은 여배우들이 30대 초반에 명멸해갔던 90년대보다는 많이 좋아진 시대가 아닐까요?  지금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30대와 40대 사이 노처녀 외에 뭔가 새로운 역할모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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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한국 여배우의 안쓰러운 일생'에 대한 약간 다른 반론  이란 글을 제목만 바꿔서
다시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중복해서 읽으셨던 분 계시면 양해바랍니다.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