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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문제는 대학등록금이 아니다.

나 역시도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나름(?) 비겁하게 산 사람이라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대학생 또래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몇일전 대학생들, 여학생들이였던걸로 기억한다. 공개적으로 삭발을 하던 모습이 인터넷 뉴스에 떴었다. 그녀들은 왜 공개적인 자리에서 보통 여성에게 소중한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했을까?  일반적인 직장을 다닌  부모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대학 등록금 때문이다.

오늘 한 TV뉴스에서 대학,특히 사학의 엄청난 재산증식에 비해 학생들의 교육에 관련된
제반 시설 투자가 너무 부실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백억,심지어 1000억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재단까지 있다는 대학교의 학생들이 실습실이 없어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고 기본적인 실험도구가
없어서 제대로된 실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자니 집안에 대학생 하나 없는 나마저도 저밑에서
치밀어오르는 뜨거운것을 느꼈다.

 많은 대학들이 십수년부터 말하던 글로벌화가 겨우 이런것들이였던것일까? 사학의 비리와 싸워왔던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제대로된 결과를 이끌어낸적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왜 이런 현상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것일까?

쉽게 말하는것일지 모르지만 사회가 썩으니 그 사회안에 있는 대학들도 자연히 썩게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젊은 대학생들은 그런 사회에 순응하게 키워지고있다.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예전 7,80년대 가깝게는 90년대 초반의 선배들에 비해 너무 줄어든것 같다. 자신의 삶이 팍팍함을 비관하며 동반자살하는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즘임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 많은 수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사회의 불합리함을 비판하며 정의가 바로설수 있도록 목숨까지 걸었음을 수없이 목격할수 있었다.

물론 요즘도 많은 수의 대학교 총학에서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과는 그 질과 양에 있어서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분명 그 삭발했던 여학생들중에도 그 전부터 이런저런 현 시국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친구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대학등록금만을 낮추기 위해 삭발하기엔 그녀들의 머리카락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것도 사실이다. 

요즘 많은 학생들은 남이야 어떻게 되던지 자기 스펙을 잘 쌓아서 몸값올려 잘 취직하는게 목표인 친구들의 비율이 너무 높은것 같다. 물론 예전에도 자신만의 안위를 중요시하던 젊은이들이 전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개인주의를 뛰어넘어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이 너무 많아진듯하다.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모두 그들에게만 있는건 아닐게다. 기성세대들이 제대로 된 본을 보이지 못하고 배금주의,보신주의가 판을 치는 모습만을 보였으니 보고 배웠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얘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자. 등록금이 왜 그렇게 올라갔던 것일까? 많은 수의 학생들과 국민들이 대학교가 그런 짓을 하고있음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기때문 아닐까? 나이어린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떠 넘기는 나도 이 사회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크게 잘한것이 없음을 알고있다.

대학등록금 인상은 이 사회가 불합리함을 알리는 하나의 작은 현상일뿐이다.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채 하나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으로 대학의 뻔뻔스러움과 비리가 절대사라지지 않을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점점 엷어질수록 그 사회는 더욱더 기고만장하게 젊은이들의
삶을 옥죄어 가는게 아닐까 싶다. 요즘 거의 모든 대학교의 모토가 취업율에 맞춰지는것도 바꿔 말하면 불평불만 없이 사회에 적응하고 기득권의 돈벌이나 자리보전에 이용되는 구성원을 배출하는것으로밖에 안보인다.

물론 개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합리성을 찾는것보다 낮은 가치라고 말할수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스펙을 높이는 중간중간이라도 이 사회가 돌아가는 매커니즘이나 불합리함에 대해서 깊은 생각들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 실력도 쌓고 정의감도 덩달아 같이 쌓아가는 젊은 학생들이 많아져야  그나마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을수 있다.....대한민국은....

이런글을 쓰고 있자니 내가 너무 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