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뚜껑이 열렸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세편의 드라마를 본방에, VTR녹화에, 다시보기로까지 연이어 본건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시티홀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하고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10급 공무원 생활을 7년째 하고 있을만큼 주변머리는 없지만 가슴따뜻한 신미래,
주책맞지만 정치적 야망이 있는 민주화와 그녀의 남편 이정도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대권을 잡고 싶어하는 젊은 천재관료 조국... 이들이 가상의 지방도시 인주라는 곳에서 자신들의 이해와 신념을 위해서 서로 부딪히며 어우러져 가는 모습들이 펼쳐갈 예정이다.
첫회는 이들의 처한 상황들을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나열됐다. 여러 위인들이 정치에
관련해서 말했던 격언들과 시정에 관한 도움말들이 많이 배치되면서 이 드라마가 전에 없던 정치를
배경으로 펼쳐질 것이라는걸 암시하고 있었지만 자막이 너무 빨리 흐르는 통에 이해하며 읽기에는
다소 시간이 부족한점은 지적하고 싶다. 현 정치 상황을 풍자한 지방시의회 회의 장면과 민주화(추상미분)와 인주시장의 각종 비리가 연루된 듯한 대화 장면은 1회의 베스트컷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우연찮게도 시티홀이 첫방영된 수요일에 지방 보궐선거가 있어서 개표결과가 연속적으로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깔렸는데 방해받는다는 느낌보다 이 드라마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각기 맡은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잘 살린것도 이 드라마 첫회에 걷어올린 수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크게 거슬릴것 없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상황들이 약간 부족했던게 아닌가 싶었다. 캐릭터는 살았는데 스토리텔링은 흥미가 떨어지면서 둘 사이의 중심이 잘 맞지않은듯 하다. 미래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목적으로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목요일 2회부터 본격적인 에피소드가 시작될것으로 보인다.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적절한 균형이 잘 맞아 떨어진것
으로 보인다. 구동백을 연기한 황정민과 한지수를 연기한 김아중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짤막짤막한 씬들이 잘 어우러졌다.이대로만 잘 풀어간다면 충분히 한국판 노팅힐이 될수 있을 듯 하다.
한지수가 어쩔수 없이 구동백과의 스캔들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들도 억지스러울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었지만 개연성있는 대본과 연출의 힘,그리고 연기력으로 그런것들을 잘 틀어막았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한 남자를 연기한 황정민과 일류톱스타이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여린듯 심지강한 한지수를 연기한 김아중의 연기 역시 호평을 받을만 하다.
특별히 거슬린다거나 흠잡을만한 구석이 없는 스타트인듯 하다. 잔잔한듯 하면서도 톡톡튀는 화면의 구도와 연출력, 납득하고 따라갈만한 대본등이 좋아 보인다. 남자 신데렐라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사뭇 기대가 커진다.
신데렐라맨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왕자와 거지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등장인물과 배경,상황들을 펼치는데 3회까지 정도 할애하고 4회부터 시작했으면 이야기가 더욱 압축되고 스피디하게 전개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대산이 이준희로 변신하고 처음으로 할머니와 만나는 파티 장면에선 아무리 오대산이 넉살이 좋아도 저렇게까지 오대산틱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오대산이 바보가 아니라면 집사가 그렇게까지 주의를 주고 교육을 시켰는데도 그런식의 설레발을 칠수는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오대산이 이준희의 역할을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하자'고 다짐했던 그 전의 씬과도 왠지 잘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아가 연기하는 유진이 소피아 어패럴의 인턴 디자이너로 패션쇼와 디자이너 업무에서 자신의 능력을 멋들어지게 발휘하는 부분에선 어색함이 별로없이 잘 소화가 된듯하다. 하지만 극 전체적으로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그리고 신데렐라맨이 제대로 살아나려면 송창의가 연기하고 있는 이재민 이라는 캐릭터가 더더욱 사악하고 차갑우면서도 탁월한 수완가라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도산한 집안의 딸과 파혼하는 장면만으론 제대로된 악역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