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결못남-딱 시청률 안나오게 생겼다.

자기 고집이 확실한 전문직 40대 남성,허우대도 멀쩡하고 인물도 멀끔하다.
그런 그가 지독한 독신주의란다.주위에선 그런 그가 못마땅하다. 특히 그의 어머니와 고모들이 그러하다.장가 가는 것이 효의 시작이자 끝인듯이 그 남자를 닥달한다.남자는 그런 주위 가까운 인척들의 시달림이 여간 괴로운것이 아니다. 자신의 혈연으로부터의 그런 압박에도 못견뎌하는 그를 자주 가는 병원 여의사-장문정(엄정화)-의 아버지-장봉수-가 딸의 남자인줄 알고 이것저것 캐물으며 귀찮게한다.
남자-조재희-는 괴롭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섥히다 우연히 장봉수의 은퇴 비밀을 알게된 재희는 장봉수가 은퇴하려는 모습에서 미래의 자기 자신과 동일시 되는 느낌을 받은듯 결국엔 장문정에게 그 비밀을 말하게 되고 결론적으로는 부녀간의 정이 돈독해지는데 일조하게 된다. 맛있는 순대국밥집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자신의 공간인 집으로는 타인의 출입이 되도록이면 없었으면 하는 절대독신주의자인 조재희는 건축대상을 2번이나 수상한 건축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공간,공동공간 즉 가족들간의 유대를 강요하는 공간을 무척이나 잘 연출하는 그런 건축가로 알려졌다. 독신주의자가 설계한 가족공간이라.....이건 흡사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에서 강박적 성격장애자가  인기 로맨스소설 작가(잭 니콜슨 분)라는 설정과 마찬가지인 아이러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상상만으로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던 잭 니콜슨이 결국엔 실제로 사랑하는 이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이루는 것처럼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도 결국엔 상상속의 가족공간을 실제로도 자신이 소유하게 될것인지 궁금해진다.

완벽한 독신주의자인 조재희는 항문외과의인 장문정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성역과 생각들의 말단부터 조금씩 파괴되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은 좋으면서도 싫고,싫으면서도 좋은 이율배반적인 느낌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선 20대 초반의 조수보다도 못한, 나이 마흔의 철없는 독신남이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여의사와 만나서 아웅다웅한다는 얘기는 통속적인듯 하면서도 독특하다.

30대의 노총각 우체국 직원인 구동백이 대스타인 여배우 한지수와 만나면서 서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너무나 잘 그려냈던 '그저 바라 보다가'는 구동백과 한지수의 만남이 서로에게 성장의 계기였음을 마지막회때 밝혔다. '결혼 못하는 남자' 역시 그러한 성장기를 그리고 있는 중인듯 하다.

40대 찌질스러워 보이는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개과천선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 각도를 조금씩,조금씩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이 한없이 웃기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연출하는 시선이 무척 따뜻하다.

'결혼 못하는 남자'는 선과악의 대결도 없고 죽어가는 사람도 전혀없는 착한 드라마다. 여자들이 아주 좋아할만한 꽃미남도 꽃중년들이 떼로 등장하지 않는다. 불륜도 없다.  무공해 드라마라던 '그저 바라 보다가'도 김강모와 김강모 아버지라는 악의 축이 존재했다. 하지만 '결혼 못하는 남자'는 그런 악역조차도 존재치 않는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최근 시청행태로 볼때 이런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못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할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배우들의 열연도, 그런 열연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역량도 모두 만족스럽다.
이대로 잘 이끌어간다면 애꿏게 폄하당할 이유가 전혀없는 수작이 될듯하다.

원작을 본 사람들중에 일부가 불만인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내입장에선 글쎄다.
원래 일본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지만 지진희와 엄정화의 열연으로 인해 원작인 일본판이 어떤 퀄리티를 지녔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판이 끝나면 일본판도 구해서 봐얄듯 싶다.

 진짜사족. 요새들어 필자가 재미있게본다고 생각하는 드라마는 여지없이 시청률 부진을 겪는 징크스가 생겼다. '남자이야기'가 그랬고,'그저 바라 보다가'도 막판까지 낮은 시청률로 고생했다. '결혼 못하는 남자'도 지금의 분위기로는 또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이젠 좀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거다 싶은 드라마는 여지없이 시청률이 떨어지니 말이다. 그래도 난 내 드라마 보는 시각에 불만은 없다. 이게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