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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티홀은 좋은 드라마일까? 나쁜 드라마일까?

시티홀은 정치라는 거북하고 딱딱한 주제를 말랑말랑한 이유식처럼 소화하기 쉽게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아야한다. 인주라는 대한민국 가상 지방 소도시의 10급 공무원인 '신미래'의 정치 입문기임과 동시에 전혀 인연이 없을것만 같던 킹카중의 킹카인 조국과의 '사랑'을 그려냈다.

현실의 구린내나는 대한민국 정치의 이면을 인주라는 작은 도시의 시청과 지방의회의 인간군상들이 각자의 이름에 부여된 캐릭터로 과감하게 파헤치고 있다. 무능하고 탐욕스런 시청의 수장 고부실,돈의 힘으로 정치 권력을 끊임없이 사유화 하려는 민주화와 고고해,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더욱 극대화 하기 위해 자본가와 정경유착하는 정치인 BB,작지만 소중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초짜 시장 '신미래', 그런 그녀 곁을 지키는 현실에선 없을것 같은 완벽한 외모와 정치적 신념을 갖게되는 품절남 '조국'

정치현실의 비판과 두 남녀의 사랑을 비중에 맞춰서 잘 요리하고있는 이 드라마는 분명 좋은 드라마다.

하지만 나에겐 그리 좋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현실의 정치를 비판한다는 큰 무게감 탓인지 이 드라마는 캐릭터들의 일상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보자면 얼마전에 종영된 '그저 바라 보다가'(이하 그바보)에서의 구동백이 가지고 있던 현실감,즉 우체국 직원들간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일들,구동백이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오이지와 같이 캐릭터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상의 소소함이 시티홀에선 빠져있다. 대신 그자리엔 노골적인 PPL만이 자리한다.

'시티홀'에선 '그바보'에서처럼 애써 주인공들의 행동과 소품의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바보'에선 주인공 구동백과 한지수가 식사를 같이 하는 행위를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보여주며 둘의 관계가 점점더 깊어짐을 표현한다. 우체국내에서 소인을 찍는 행위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구동백 앞마당에 있는 평상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 하지만 '시티홀'은 보여지는것이 다다.시청자가 해석할 여지는 거의 남아있지 못하다.  '그바보'처럼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가 없다.

신미래와 조국이 주고받는 사랑을 표현하는 대사들은 멋있긴 하지만 현실성은 극히 떨어지며 요즘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준다. 너무 있어보이려 젠체하는 대사는 귓속과 머리까지에만 도달한다. 딱 거기까지다 그 대사는 고막과 청신경을 거쳐 뇌까지만 이르른다. 가슴에 까지 도착하지 않는다. 물론 차승원의 기럭지와 외모에 마음이 떨리셨을 여성들에게 내 이런 말은 헛소리일 것이다.  

작가가 선호하는 남녀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대표적으로 나타냈던 씬이 바로 15회 생수통 배달원 씬이였다. 현실에는 없을것만 같은 멋진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애꿏은 생수통 배달원을 붙잡고 손발오그라드는 민망한  말을 해주기를 여자들은 상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차승원과 비교해 평범한 외모를 갖고있는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구동백의  '세상엔 나쁘기만한 일은 없습니다'라는 평범한 대사와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담백한 일상적인 언어로 사람의 심금을 울렸던 대사들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시티홀'의  연인들이 주고받았던 대사보다는 훨씬더 가슴에 가까이 와 닿았다.  현실속에서 '시티홀'의 대사처럼 사랑을 얘기하는 연인이 얼마나 될까?

드라마 시티홀은 친절한 설명문과 같은 드라마다. 읽으면 읽는대로 바로바로 해석이 가능하다.
드라마 그바보와 내 이름은 김삼순은 시 같은 드라마다. 읽을때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때문이다.

빅히트를 쳤던 작가의 연인시리즈를 멀리했던 이유가 다 거기에서 기인했다.  일상성이 결여된 동화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의 기호에 딱떨어지는 상황과 대사들이 내 입장에선 도저히 닭살돋아 볼수가 없는 노릇이였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을 원한다면 좋은 전략일수도 있다. 나 같은 취향으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니까.... 극히 드물긴 하지만 내 기호와 대중의 기호가 큰 부분의 교집합을 이뤘던 '내이름은 김삼순'같은 드라마가 있었긴 하다....그런 드라마를 다시 만날수 있을까? 하는 상념이 요즘들어 자주 든다.

내게 있어선 시티홀은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을 가한것에는 + 를 주고싶고, 일상성이 결여된 멜로 연기엔 -를 주고 싶은 드라마다. +,- 그래서 결론은 zero다. 더불어 한마디 더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력과 열연이 대본보다 조금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범작으로 기억될것같다.

내 입장에선 설명문같은 드라마보다는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시같은 드라마가 더 눈에 들어온다.

ps.계란과 토마토 세례,거친 빗줄기와 사람들의 거친우악질(인주시 지주들)속에서 고생했을 김선아에게 고생 많이 했다는 한마디를 덧붙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