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시티홀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 칼이 되어 돌아올까?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중 유일하게 시청한 '온에어'는 작가 본인이 속해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 그런지  디테일이 잘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에에'에서 펼쳐졌던 에피소드들은 연예계에 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있을법직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게하는 힘이 있었다. 극의 주인공들 역시 싸가지 없는듯 하지만 속이여린 여배우,까칠하지만 가슴따뜻한 드라마 감독,푼수끼 있지만 순수한 드라마 작가,강한자에게 강하고 약한자에게 약한 심지굳은 매니저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별 무리없이 깔끔하게 극을 진행시키는 존재들이였다. 

그런데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티홀'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스토리와 캐릭터가 공중에 붕붕 떠다니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나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기준이 되는 최고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시티홀'에서도 타이틀롤을 맡고있는 김선아의 전작중 하나인 '내이름은 김삼순'이다.그러다보니  현재 시청하고 있는 '시티홀'도 '내이름은 김삼순'과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되는건 어쩔수 없는 노릇이였다. 결론은 현재로서 '시티홀'의  재미가 그 기준점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 나름대로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정했던 그 기준들이 어떤것들인지 상세하게 조목조목 따져본적은 없었던듯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티홀'을 보다 보니 그 기준들이 확실히 어떤것들일까라는 의문을 갖게됐다.
왜 나는 '시티홀'보다 '내이름은 김삼순'을 더 재미있게 느끼고 있는것일까?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첫째, '내이름은 김삼순'엔 삼순이의 직업,사랑,가족,식탐,고민 등 그녀의 일상 생활과 환경들이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는 점이였고 그런것들이 모여 현실감을 극대화 하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예비,현역 삼순이들과 나같은 열혈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는데 한몫했었던 듯 하다.

둘째, 트랜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계층인 60대 어르신들까지 이해하고 박수칠만한 재미있고 쉬운 에피소드들이 골고루 잘 배치됐다는 점과 주인공인 삼순이의 사랑과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대사와 나레이션이 존재했다는 점이다.물론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의 힘 역시 작가의 대본과 균형을 이루며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이런 내 나름대로의 드라마를 평가하는 기준에 '시티홀'을 대입해보니 신미래와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설정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들이 작위적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녀가 근무하는 시청의 공무원들은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고 시청이라는 공간 역시 직장이라는 느낌보다 왠지 놀이터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내이름은 김삼순' 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고민과 정을 주고 받으며  엄마와 언니등 가족들과 어우러지는 에피소드도 아직까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니 더욱더 일상성이 결여가 되는 느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벤뎅이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가려는 신미래의 노력은 그래서 왠지 억지스럽고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미래와 조국의 신경전과 밀고당기는 상황들도 어딘가 모르게 껄끄러운 보리밥을 씹는듯 잘 넘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과 진헌의 귀여운 신경전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귀에 잘 들어오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인물간의 대사 역시 '내이름은 김삼순'이 갖고있는 좋은 장점이였다.김삼순의 대사는 일부러 힘을 주거나 멋스럽게 꾸며지진 않았지만 인물의 성격이나 심리가 제대로 반영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반면 '시티홀'의 대사는 어딘지 모르게 나풀나풀 거리며 공허하게 공간을 떠도는 느낌이 짙다.

제작발표회때 김은숙 작가는 전작들보다 강한 웃음코드를 녹여냈다고 했는데 2회 전체를 놓고 봤을때 내가 큰웃음을 터뜨렸던건 조국이 신미래를 향해  "슈렉,킹콩,에일리언" 이라고 하는 장면 딱 한번 뿐이였다. 에피소드들 역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었다. 특히 벤뎅이 아가씨 선발대회 예선장면에선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들이 연출되서 극의 수준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이런 장면들은 차후에 복선이 깔리는 중요한 의미같은것이 없다면 통째로 들어내도 별 상관이 없는 장면이 아니였나 싶다. 한마디로 의미도,재미도 없는 씬이라는 얘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가가 집필한 후에 대본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고 했는데 어느 장면에서 웃어야 되는지 난 도대체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거기다가 김은숙 작가는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게 되는 '신데렐라맨'과 '그저바라보다가'(이하 그바보)에게 미안하다고 인터뷰를 했는데 2회만 놓고 봤을땐 전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시청률이 많이 앞서 있다고? 글쎄 계속 이런식이면 3,4회가 방영되는 다음주엔 많이 추격되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신데렐라맨'도 자리를 못잡고 부유하던 캐릭터들이 5,6회가 진행되면서 땅에 발을 붙힌 느낌을 주고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조금씩 연출되기 시작했다.  '그바보'는 이미 주연배우들이 첫회에 캐릭터들을 확실히 붙잡고 이런저런 상황들을 연출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잘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가의 웃음코드가 잘못된걸까? 내가 작가의 웃음 코드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걸까?

그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