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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바보-남녀사이, 밥정(情)만큼 무서운건 없다.(부제:김강모는 구동백의 된장찌개에 졌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건 전세계적으로 당사자들끼리의 유대감이나 친분을 쌓는 중요한 행위중 하나이다. 허기를 채우면서 동시에 두 개체간 감정이나 실리도 동시에 채워갈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곳이 바로 식사를 함께하는 장소라는 얘기다. 오찬이나 정찬이라는 단어가 괜히 생긴건 아닐터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을 자주 같이 먹게되는 상대는 곧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친근하거나 가까운 사이를 지칭할때 '한 솥밥 먹던 사이'라는 관용적인 표현만 봐도 그렇다.

그저 바라보다가(이하 그바보)에서도 구동백과 한지수의 친밀도는 같이했던 식사의 횟수에 정비례해가고 있다. 그바보에선 식사씬이 단순히 밥을 먹는다는 행위를 보여주는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중요한 장면임과 동시에 갈등의 양상을 알수있게 짜여져있다.

그바보에선 유난히 음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단순하게 나쵸,오렌지쥬스부터 시작해 뷔페,프랑스 정식(정확치는 않지만),된장찌개,불고기 등등 다양한 음식들이 구동백과 한지수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한지수,구동백 그 둘이 맨 처음으로 나눴던 음식은 가짜연애를 일부러 기자들에게 들키기위한 수영장씬에서 먹었던 성의 없이 준비된 나초와 쥬스다. 물론 사람을 속이기 위해서 억지로 먹어야 했던 음식들이기에 맛도 느낄수 없었고 정감도 없었다. 마치 급조된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듯한, 어쨌든 두 남녀 주인공이 나눴던 첫 음식물.....(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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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보에서 보여주려했던 김강모와 한지수의 첫 식사약속은 김강모와 김형욱,최회장과 최수연과의 모임으로 인해서 취소되고 만다.반면 한지수와 구동백의 첫 식사는 구동백이 다니는 우체국 체육대회에서 한지수가 도시락을 준비해와서 이뤄진다. 더불어 소탈하고 가식을 모르는 구동백의 금거북이 핸드폰줄 선물로 인해서 둘 사이의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한다(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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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모가 한지수를 위해서 파스타 요리를 해주려하지만 한지수의 동료배우들이 구동백을 속여 술자리를 갖게되는것을 뒤늦게 안 한지수가 자리를 떠야하는바람에 그 요리는 결국 허사가 되고 만다. 김강모의 마음이 한지수에게 닿지않게됨을 은근히 묘사하는 장면으로 보인다.(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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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순수한 구동백의 마음을 점차 느끼게된 한지수는 구동백을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며 동백에게 친구가 될것을 제의한다. 그러면서 구동백의 핸드폰에 자신의 핸드폰번호를 입력시켜주는 자리도 바로 저녁만찬때였다. 이때는 구동백이 한지수의 가식없는(여러가지 포크중에 하나만 사용한다는) 모습을 보게되는 자리가 되기도했다.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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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모가 약혼녀 최수연의 회사인 극동일보 대표이사 제의를 수락했다는 사실을 알고 점점더 자기와 멀어져감과 배신감을 느껴 결혼식장에서 사라진 후 한지수는 괌에서 구동백에게 연락을 취한다. 가짜 결혼식을 계속 이어갈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달라고 부른 것이지만 구동백은 끼니를 굶고있는 한지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런 구동백은 한지수와 맺었던 세가지 소원중 하나를 들어달라며 한지수와 식사하는것을 첫번째 소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사람이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황당한 얘기를 하며 지수를 웃음짓게 만들고 결국엔 그녀에게 밥을 먹게 한다. 어찌보면 유치한 장면일수도 있지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한지수를 위해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는 구동백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수 있는 에피소드였다.(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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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서 김강모, 한지수와 가졌던 식사시간은 구동백에게 있어서 너무나 불편한 자리였다. 다른 사람을 잘 속이지 못하는 구동백에게 가짜결혼의 주모자인 김강모를 속인다는 행위자체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며 후에 한지수와 김강모가 자신을 속였다는것을 알고난 이후에 한지수와 불쇼를 보며 나눴던 저녁식사 시간 역시 구동백에겐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6회,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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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속였던 한지수에게 자신도 모르게 틱틱대던 구동백은 어이없게도 그 이유가 자신이 가고 싶었던 관광지를 들러보지 못해서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게된다. 결국 그 관광지에 있는 높디 높은 다이빙대에서 둘 모두 다이빙을 한 이후에 무언가를 같이 했다는 동질감으로 서로 속였던 일들을 털어놓고  둘 사이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시원한 다이빙 이후 같은 옷을 맞춰입고 같이 마신 맥주는 그 어느때보다 맛있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둘이다. 2회때 급조된 수영장 장면과 유사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둘 사이의 마음이 완전히 다름을 느낄수 있다.

괌에서 돌아온 직후 지수의 집에서 처음 갖게된 저녁식사 시간.김강모가 선물한 느끼한 케이크가 먹기 싫어진 둘은 구동백의 동생인 민지가 싸준 된장과 오이지로 맛있는 된장찌개 정찬시간을 만든다. 처음으로 구동백이 한지수에게 해준 요리는 지수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고 김강모의 마음이랄수 있는 케이크가 한지수에게 외면되는 것은 앞으로 김강모가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지 못함을 미리 말해주고 있는 복선이랄수 있다.(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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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모가 자신을 속이고 제주도 가족여행을 떠난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은 한지수는 마음 따뜻한 구동백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간식거리를 잔뜩 싸가지고 그가 야근하는 우체국을 찾게되고 구동백이 가르쳐주는대로 우편 소인을 찍으며 아팠던 마음을 위로받는다. 열심히 일하는 구동백을 도와주던 한지수와 구동백은 소박한 삼각김밥을 나눠먹으며 서로에 대한 정이 조금씩 더 깊어지는것을 느끼게된다. 그런 동백이 원하던 평범한 데이트를 지수가 들어주고,  둘은 말 그대로 평범한 데이트를 하면서 마냥 행복해한다.(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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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강모와의 저녁식사 시간을 가질뻔했던 한지수는 동생인 상철의 기지로 우체국직원들과 즐거운 집들이를 하게된다. 그렇지만 김강모와 저녁식사를 못한 아쉬움을 한지수에게서 찾아볼순 없다. 이젠 김강모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구동백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 시간이 더 즐거운 한지수가 돼버렸다.그리고 둘 사이를 의심하는 박경애 앞에서 점심 도시락을 가져온 한지수는 구동백과 가벼운 입맞춤을 과감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다.이 역시도 한지수는 싫지만은 않다.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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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키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듯 보이는 담담한 구동백에게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낀 한지수는 그에게 된장찌개 끓이는법을 가르쳐달라며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러다가 둘 모두 남,녀사이에서 흐를수 있는 야릇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데 반갑지않은  김강모의 느닷없는 방문을 맞게된다. (9회,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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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모의 은근한 무시에 기가죽은 구동백이 안타까운 한지수는 그를 위해 혼자서 된장찌개를 끓여 그와 함께 저녁식사를 함께한다.한지수의 요리솜씨는 많이 서툴지만 그런 그녀의 정성이 좋기만 한 구동백은 둘만의 시간이 즐겁기만하다. 이렇듯 정성껏 요리를 같이 하거나, 혹은 혼자 준비하더라도 그 준비한 음식을 호감있는 누군가와 같이 나누게되는것은 대접하는 이도,대접받는 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임에 틀림없는듯 하다.(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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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모가 구동백에게 대접한다는 자리는 오히려 구동백의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자리가 되고 구동백은 김강모와 자신과의 경제력과 신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자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재삼 확인한 구동백은 한지수와 선을 그으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한지수는 그런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 구동백의 집을 찾게 된다. 동백의 집에서 동백의 동생 민지와 상철이까지  네 명은 조촐한 불고기 파티를 하게되고, 추억의 옛날게임을 하며 구동백의 섭섭한 마음은 완전하게 풀어지게 된다(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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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의 피크닉 씬은 상철과 동백의 거짓말이 지수에게 들통나는 곳으로 설정되어있고 그 뒤 곧바로 이어진 나이트클럽 씬은 지수,동백,민지,상철과 함께한 술자리임과 동시에 지수의 동백에 대한 오해가 풀리게 되는 자리가 된다. 그러면서 갖게된 브루스 타임은 둘에겐 보너스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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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직원인 박경애에게 가짜결혼을 들킨 구동백과 한지수는 또다른 위기에 쳐한다. 구동백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박경애는 구동백에게 데이트해줄것을 요구하고 구동백은 한지수를 위해 박경애와 데이트 를 하게된다. 이미 구동백을 남자로서 좋아하던 한지수에겐 그 데이트는 기분나쁜 일이된다. 그런 한지수는  구동백과 상철앞에서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을 귀엽게 드러내게 된다. 다음날 동백은 그런 지수와 상철을 위해 콩나물 북어국을 정성스레 끓여준다.(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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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는 자신의 영화촬영 장소에서 김강모의 약혼녀에게 그 둘의 결혼예정 소식을 전해들은 후 충격을 받게되고 그 사실을 알게된 구동백은 자신의 진심을 다해 한지수를 위로하려하지만 한지수가 오히려 구동백을 위해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주며 스스로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 같으면 어디론가 도망쳐서 자지도 먹지도 못해가며 스스로를 혹사시켰을 그녀이지만 이제 그녀곁엔 맛있는 된장찌개 끓이는법을 가르쳐줄 인생의 동반자가 있기때문에 그런일은 생기지 않는다(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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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말미 구동백에게 "내곁에 있어줄래요?"라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줬던 한지수는 마치 실제로 구동백의 새색시가  된것마냥 자신이 사준 전기면도기로 구동백의 수염을 깎아주고 넥타이를 매주며 동백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자신이 구운 토스트에 땅콩버터와 잼을 동시에 발라주며  '고소달달' 하게라는 자신들이 현재 보내고 있는 시간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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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 출처: KBS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보통 드라마들에서도 식사씬,음주씬이 꽤 많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별 의미없는 의례적인 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바보를 보고 있자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인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프랑스 유학도중 배웠던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것" 이라는 말이 다시 되새겨질만큼 이 드라마의 식사씬은 수많은 복선과 의미를 내포하는 중요한 소재임에 틀림없는듯 하다.

그바보는 결국 김강모의 잘난외모와 엄청난 재력도 구동백의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된장찌개맛을 이기지못함을 보여준 드라마가 아닌가 한다.

친해지고픈 이성이 있나? 그렇다면 그 혹은 그녀와 함께 맛있는 식사시간을 많이 가져볼것을 권유해본다. 특히 자신이 만들수 있는 맛있는 요리가 있다면 그것을 함께하는것만큼 효과적인 작업 노하우는 없을듯 하다....다 아는 사실이라고?? 글쎄?? 실천이 중요하지 않을까?? 구동백처럼 말이다...

ps.이제 2회밖에 남지않은 그바보....무척 아쉽지만 작가들과 감독의 의도대로 그대로 종용하는것이 좋을듯 하다. 하긴 시청률과 광고수주 여부만으로 연장 여부를 판단하게되는 방송국의 저급한 특성상 연장을 해줄리도 없지만 말이다.